헌정체제와 법치주의
新법조시대의 ‘법의 날’에 법치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지난 2012년 4월 25일은 제49회 ‘법의 날’이었다. ‘법을 법답게 지키자’는 취지에서 제정된 ‘법의 날’은 원래 5월 1일이었으나 ‘메이데이’와 겹쳐 4월 25일로 변경된 것이 2003년이니 벌써 10년이 되었다. 4월 25일은 근대사법의 시발점인 1895년 법률 제1호 「재판소구성법」이 시행된 날이다. 2012년은 근대사법 117년, 대한민국사법 64년이 되는 해이자, 로스쿨 출신 신예법조인 1기가 탄생하여 ‘新법조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원년이기도 하다. 한국법조는 30년 전 사법시험 300명 시대를 연 이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우리 법조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였다. 특히 1987년 체제의 민주화 이후에 법조가 헌정체제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은 서초동 청사의 위용에서 보듯이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그 어느 나라에서보다 높아졌다고 평가된다. 한편, 일부 법조인들이 국민일반의 상식에 맞지 않은 언행을 하여 지탄을 받기도 하고, 각종 비리로 인해 징계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일까지 빈발하면서, 국민들은 법조에 대해 신뢰와 존경은커녕 실망을 하는 일이 늘어만 가고 있다. 법조인력 대량 배출로 인해 일자리와 일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은 녹녹치 않다. 지난 시대의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취를 토대로 선진국에 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민소득이나 무역규모 등의 가시적인 지표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나아가 세계에서 존경받는 국격을 갖춘 ‘문화국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나 법치주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간접자본을 튼튼하게 갖추는 일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조는 우리나라 헌정체제 내에서 법치주의의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법의 지배를 사회 각 분야에 더욱 확산·삼투(滲透)시키는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행복을 좌우하는 민생과 복지가 결국은 법을 통해 제도화 되는 선진법치국가를 지향하는 이상, 법의 영역과 법조의 역할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우리 법조가 심기일전하여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자세를 더욱 혁신하여 법과 제도를 바로 세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함으로써 국민에게 더욱 봉사하는 모습으로 다가선다면, 국민의 신뢰 속에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법조로 존경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이 우리 법조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세심하게 읽어내고 외부환경의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법과 제도를 만드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들이 헌법정신을 입법에 제대로 구현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어야 한다. 1988년 9월 헌법재판소가 출범한 이래 무려 3백 건 이상의 위헌결정이 선고되었다. 국민의 권익 보호에 직결되는 헌법기관의 공백이라는 법치주의의 위기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해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들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당선된 42명의 법조인 출신들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헌정체제를 유지하고 헌법정신을 법률 제·개정 과정에 투영하여야 할 1차적 책무는 법조인 출신이 지고 있다. 우리 법조는 그 동안 추진하여 온 사법개혁을 잘 마무리하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앞으로, 부족한 것은 보완하고 또 고칠 것은 개선해 나가면서 국민의 요구 수준에 신속하게 부응하는 사법시스템을 만드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한다. 심리불속행제도와 상고심제도의 개선,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의 정착, 법관평가와 법관인사권 행사의 합리화, 양형의 적정화·합리화, 재판전문성의 제고, 심급구조와 재판관할의 재조정, 영장항고제와 영장보석제도 도입 문제, 대검 중수부의 수사기능 폐지와 특별수사청의 신설 문제,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법무부의 문민화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사법개혁 과제가 산적해 있다. 제18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위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하였던 예에서 보듯이 조직이기주의로 인하여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이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요 쟁점은 어디까지나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여망을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타협하고 절충함으로써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법은 국가기관이나 공직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치주의의 확산을 위해서는 변호사의 진출 영역을 다변화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하고, 1만 명이 넘는 변호사들의 창의적 역할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변호사는 단순히 개개 사건을 맡아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데서 더 나아가 ‘법률제도 개선’(변호사법 제1조 제2항)과 법률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여야 한다. 활동하는 각 분야에서 시대상황에 맞지 않은 법과 판례를 찾아내 이를 변경하기 위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하고 법률의 위헌성을 적극 주장하는 등으로 법률가의 문화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우리 법조가 법의 지배라는 관점에서 경제주체들에게 예측가능성을 확보하여 줌으로써 그 경제활동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법치주의가 내실화되어야만 우리나라는 선진일류국가로 웅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법의 날’에, 법의 지배와 법치주의의 내실화, 사법개혁과 인권 보장 이념의 확산, 국민을 위한 사법시스템의 구축, 한국법조의 선진화·국제화라는 네 가지 과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2012년 4월 26일 법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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